언어: 한국어

탄생기 · No.3

세 번째 이웃

No.3

워비 다음으로 마을에 온 이웃 가운데,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이웃이 3번이에요.

1번과 2번은 어디 갔느냐고요? 그걸 물으면 워비는 졸린 눈을 더 가늘게 뜨고 “다음에요.” 하고 말아요. 그래서 아직 아무도 몰라요.

3번이 떨어진 자리에는 지우개 가루가 조금 쌓여 있었어요. 잉크 방울은 가루 위를 또르르 구르다가 동글동글 말려 버렸지요. 3번 머리가 곱슬곱슬한 건 그래서예요.

그때 마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. 마커 언덕도, 연필꽂이 옷장도 없었지요. 3번은 텅 빈 종이를 보며 속눈썹을 깜빡이다가 입을 동그랗게 모았어요. 너무 넓어서요.

워비가 번호표 말고 처음으로 그려 준 게 3번의 볼터치예요. 종이가 너무 허전해 보여서, 분홍 마커로 볼에 동그라미를 두 개 콕콕 찍어 주었어요. 마을의 분홍색은 거기서 시작됐어요.

3번은 다른 이웃보다 몸이 조금 넓적해요. 텅 빈 마을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 자리를 넉넉히 차지하는 버릇이 들었거든요.

새 이웃이 올 때마다 3번이 제일 먼저 달려가요. 그러고는 속눈썹을 깜빡이며 이렇게 말해요. “여기, 생각보다 넓어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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